경남 하동 삼화실에서 샤인 머스캣과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황호군 농부님을 만나고 왔어요. 장마가 끝난 뜨거운 여름인데도 흘리는 땀을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호군님, 역시 농부다웠습니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인자한 미소를 장착하고 다니는 호군님이 키우는 샤인 머스캣은 또 얼마나 싱그러울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농장을 찾아갔어요. 비닐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41도의 강력한 더위에 숨이 막히더군요. 이렇게나 뜨거운 하우스에서 어떤 하루 하루를 보내는지 호군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반갑습니다. 호군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저는 스스로를 소개할 때 딱 이 말밖에 안해요. '저는 하동에서 농사짓는 황호군입니다.' 그렇게 소개하는 걸 좋아하시나요?가장 좋죠. 왜냐하면 궁금해하거든요. 기본적으로 무슨 농사를 짓는지 궁금해 해요. 그럼 이제 블루베리와 샤인머스캣을 한다고 이야기하죠. 작물을 이야기하면 보통 '맛있겠다' 라던지 '나 그거 좋아하는데' 같은 말들이 꼭 붙어요. 소개부터 농부 그 자체네요.그렇죠. 근데 어느정도 수준까지 가면 '농업가'로 탈바꿈을 하고 싶어요. 농부는 단순히 농사를 짓는 사람인데, 농업가는 농사만 짓지 않아요. 유통을 하기도 하고 가공을 하기도 하죠. 농사만 쭉 짓는 것은 한계점이 있다고 봐요. 농장을 늘리면 농사를 키울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멈추는 지점이 오는 것 같아요. 지금 경남에서 농업하시는 분들의 1년 총 소득이 평균 600만원 정도에요. 그만큼 경남에서 농업은 돈이 안 돼요. 농업인들은 점점 줄어들 거에요. 농사 짓는다는 소개만 해도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군요. 이번에는 농사를 짓는 농부의 일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농부의 일과는 계절에 따라 달라져요. 해가 떠 있는 시간,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겨울에는 해가 짧고 춥기 때문에 아침 7시쯤 나갑니다. 샤인 머스캣의 수형을 잡고 농장 정비, 그리고 가지치기 등을 하다가 오후 3시쯤 되면 들어와요. 너무 추워서 하루에 일하는 시간이 짧아요. 봄에는 아침 7시쯤 나와서 저녁 6시쯤까지 일을 합니다. 비료 같은 것도 주고, 하우스를 관리해요. 비닐하우스는 온도를 가둬주는 곳인데 무조건 따뜻하기만 해서도 안되거든요. 온도와 습도를 관리해줘요. 봄부터는 한눈 파는 순간 훅 갑니다. 온습도 센서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작물이 다 죽어버립니다. 한 번 죽어버리면 돌아오기가 힘들어요. 손해가 엄청나겠네요.모종도 날리고 판매해서 발생할 수익도 잃어버리지만, 중요한 건 유통하지 못하면 자금이 멈추잖아요. 그럼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이렇게 한 번 넘어지면 몇 년을 고생합니다. 농사는 오늘 할 일을 안하면 결국 내일의 내가 하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그 일의 누적은 복리가 적용되어서 점점 불어나고요. 정직하게,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의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일하는 방법 자체가 부지런할 수밖에 없군요.그렇죠. 그렇게 안하면 본인만 손해거든요. 여름에는 일과가 어떻게 돼요?여름에는 아까 하우스 보셨다시피 엄청 덥죠. 아침 5시부터 10시정도까지 일을 끝내요. 그리고 3시정도까지는 쉬었다가 다시 8~9시까지 일을 해요. 샤인 머스캣 새순이 하루 안따면 한 뼘씩 자라나요. 우리가 먹을 샤인 머스캣에 가야할 양분이 새순으로 가면 맛이 없어지니까, 새순을 빨리 빨리 따줘야 돼요. 블루베리를 수확하기도 하고, 방제를 하기도 해요. 이렇게만 해도 하루가 부족해요. 가을에는 가장 바쁩니다. 아침 6시부터 적어도 13~14시간 정도 일을 해요. 샤인 머스캣을 수확하는데, 모든 송이의 당도를 체크하고 출하할 박스도 접어요. 무게에 따라서 선별도 하고요. 키워놓은 작물들을 수확하고 판매하면서 가을을 보내요. 그렇게 가을이 지나면 다시 겨울의 일과가 찾아옵니다. 1년 내내 반복이에요. 1년 내내 바쁘시겠네요.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저는 제가 가진 것들을 전부 훑어보다가 시작했어요.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나의 재능, 내가 가진 인적 자원과 물적 재화 그런 걸 다 고려해봤어요. 공부를 잘하는 편도 아니고, 회사에 들어가서 연봉을 받는 삶에 만족할 것 같지도 않았어요. 요리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또 이건 직업으로 삼을 만큼의 능력은 없었어요. 근데 저희 집은 농사를 짓는 집안인데, 그 당시 그렇게 매출이 높지 않았어요. 내가 부모님 농사를 이어서 한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미래가 만족스러울지 생각했을 때 너무 괜찮아 보였어요. 속된 말로 가능성과 만족감, 물질적으로 풍족할 것 같아서 농사를 선택했어요. 그리고 후회도 없을 것 같았고요. 하동에서 농사를 시작하셨는데, 하동의 농사 환경은 어때요?하동 같은 경우에는 흙이 점토에요. 쉽게 말해서 물이 잘 안빠지고 물을 많이 머금어요. 근데 샤인 머스캣과 블루베리는 배수가 잘 되어야 해서 저 같은 경우는 토양을 개량해서 농사를 지어요. 그리고 하동은 기온이 높아요. 꽃이 일찍 피잖아요? 게다가 비도 많이 오죠. 샤인 머스캣은 물을 많이 안 먹어요. 오죽하면 땅 밖에 나와 있는 줄기에서 뿌리가 나요. 불리한 환경이죠. 대신 하동은 계절별 온도 그리고 일교차가 커요. 과일은 기온차가 클수록 달아요. 그런 장점은 좀 있죠.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꾸준함. 아까 말했듯이 농사일은 복리에요. 매일 매일 할 일을 갚아나가야지, 밀리고 밀려서 일에 끌려다니면 안 돼요. 그게 농사의 핵심이에요.농사 힘들다 하는 사람들은 그걸 못지켜서 그런 거예요. 꾸준함이 곧 맛있는 농산물이군요.맛없는 거라도 만들어지면 다행이죠. 죽습니다. 샤인 머스캣에 대해서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샤인 머스캣은 포도죠. 포도는 사과, 배, 수박처럼 아주 대중화된 작물이거든요. 포도 중에서도 캠벨 포도가 꾸준히 소비가 됐었죠. 근데 캠벨이나 거봉 시장이 작아져버렸어요. 씨를 뱉어야 되고 껍데기를 까야 되고 하니까요. 샤인 머스캣은 씨도, 껍데기도 안 남아요. 기존 포도 시장의 니즈를 잘 파악한 품종이라고 할 수 있죠. 심지어 맛도 달고요.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팔리는 포도 품종이에요. 세대가 교체됐죠. 앞으로도 쭉 대중적으로 갈 것 같아요. 샤인 머스캣을 더 맛있게 만드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나요?'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말 들어 보셨죠? 샤인 머스캣도 마찬가지에요. 교과서적인 재배 방법이 있는데, 하라는 것은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안하면 돼요. 가장 교과서적인 게 뭐냐면, 샤인 머스캣 나무 한 그루에 적정량의 과수만 달면 돼요. 1M 당 10송이 정도 달아야 하는데, 욕심내서 15송이 20송이 달아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당도가 절대 안올라가요. 나무도 죽고요. 그리고 당도가 올랐을 때 출하하면 됩니다. 저희는 샘플링해서 당도를 체크하지 않고, 표본 전체를 다 검사해요. 매일 매일, 줄줄이 다 찍어봐요. 명쾌한 방법이 있네요. 그런데 시간이 꽤 많이 걸리겠네요?엄청 걸려요. 너무 뜨거울 때 하면 안되니까 아침에 재고 저녁 쯤에 당도를 체크해요. 그리고 한 송이당 적어도 세 번은 찍어요. 모든 샤인 머스캣은 제 손으로 당도를 체크한 후 출하합니다.저는 제 입에 못 넣는 건 남에게 주지 않아요. 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트러스트 밀이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면 좋을까요?이름 그대로 하면 되죠. 믿을 만한 음식, 그거 하나만 지키면 돼요. 기본이 제일 힘들죠. 그걸 지키기 위해서는 매일 '의식'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그리고 상품에 대한 설명이 디테일했으면 좋겠어요. 사이트를 보고 생각했던 상품이랑 실제로 받아본 상품이 괴리가 있으면 안되잖아요. 맛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좋아요.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실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배송 메시지에 '슈가 스팟'이라고 적으면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렇게까지 긴 글을 읽어주셨는데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와우! 역시 아이디어 뱅크입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호군님은 삼화실 전체를 구경시켜주셨어요. 저 멀리 산과 산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부터 높은 댐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보는 뷰까지. 늘 온화하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지키는 호군님의 샤인 머스캣, 9월부터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