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게으르지만 마냥 게으르진 않은 도예가

노전요는 하동에서 밀양, 밀양에서 서울, 서울에서 다시 하동으로 돌아와 노전마을에 터를 잡은 젊은 도예가이다. '게을러서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다채로운 도자기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죄송할까? 깊은 산속 노전마을로 찾아가 노전요 최성훈 작가님을 직접 만나봤다. 반갑습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하동 노전마을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있는 노전요입니다. 하동에서 나고 자랐어요. 요즘은 열심히 발버둥치고 있어요. 어떤 발버둥을 치고 있죠?도자기의 퀄리티, 완성도를 높이려고 발버둥 치고 있어요. 사실 제가 도자기로 밥벌이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내가 만든 도자기를 남들에게 판매하는 게 조금 두려웠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 도자기를 만든 지 13년이 됐는데 10년은 거의 취미였어요. 언젠가는 ‘도자기로 먹고살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사실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근데 한 3년 정도 전부터 마음이 조금 조급해지더라고요. 어느 순간부터인가 속 편하게 있을 수가 없었나요?네, 그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았어요. 참 신기하죠. 그냥 도자기를 만드는 것, 그 상황 자체에 만족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직 젊다는 생각이 깔려있었어요. 근데 이제 곧 서른이니까. 서른 되기 전에 뭔가 해내야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발버둥 치기 시작했어요. 어떤 이유로 발버둥 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잘 그려지진 않네요.맞아요, 저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뭔가 자연스럽게 열심히 하게 된 것 같아요.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독립심이 생기더라고요. 독립하고 싶다는 열망이 조금 컸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어요. 복합적인 일들이 막 겹치니까 머릿속에서 ‘진짜 해야겠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특히, 올해 국제차문화대전에 참여했던 게 큰 트리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내가 죽기 전에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었어요. 뭔가를 창조해 내야 한다는 압박감? 제가 대충대충 열심히 안 하고, 작품도 별로면 저를 도와주려는 사람들, 그리고 제 스승님에게 누가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효석 선생님(노전요 작가님의 스승님)에게 배웠다는 이야기도 안 하고 다녔어요. 그래도 요즘에는 조금 떳떳해졌다고 해야할까요? 이 정도 발버둥 치면 조금 인정해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차문화대전이나 하동야생차문화축제에서 성과가 괜찮기도 했고요. 최근 2~3년 뼈 빠지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발버둥을 치게 된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도자기를 전시하거나 판매할 때 ‘게을러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쓰시던데, 어떤 의미인가요?제가 실제로 조금 게을러서, 전시를 하겠다고 날짜만 정해놓고 어떤 컨셉으로 할지 이런 걸 아예 안 정해둔 거예요. 마감일이 다가오면 조급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전시가 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을 때, 어떻게 나를 소개하고 어떤 느낌으로 하지 이런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떠올랐어요. ‘게을러서 죄송합니다.’ 이 말 자체의 느낌이 좋았어요. 그 후 도자기들을 쓰러뜨려 놓는 컨셉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뭔가 포장되지 않은 제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런 이미지에 ‘게을러서 죄송하다’는 카피가 만나면서 진정성이 느껴진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그냥 재미있어서, 단순히 눈에 잘 띄어서 쓰는 것도 있어요. 도자기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중학생 때 시험을 망치고 돌아가는 길이었어요. 부모님이 성적 가지고 뭐라 하는 성격도 아니신데, 지레 겁을 먹었었어요. ‘어떻게 말하지?’ 고민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빠를 보고서 그냥 툭 말했어요, “나 도자기나 배워볼까?”라고. 그렇게 시작했어요. 그전까지 전혀 도자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갑자기 툭 나왔어요. 그러니까 아빠가 ‘굿 아이디어!’ 이러는 거예요. 그날로 제 운명이 결정돼 버렸죠. 스승님은 밀양에 계셨죠?네, 밀양에 계셨었어요.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밀양으로 갔죠. 효석 선생님 아래에서 4년 정도 배우고 서울로 갔어요. 서울에서 3년 반 정도는 공유 공방에 다니면서 혼자 도자기를 만들었어요. 그때는 다구를 거의 안 만들었고 머그컵을 많이 만들었어요.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의 일과는 어떤가요?12시쯤 일어나서 가족과 점심을 먹고 집 청소를 합니다. 그 후 바로 작업실로 오긴 하는데, 앉아서 릴스도 보고 책도 보고 담배도 한 대 피우면서 1시간 정도 보낸 후에야 흙을 뽑아요. 흙을 뽑으면서 오늘 뭐 만들까 생각도 하고요. 보통 작업을 시작하면 짧으면 6시간에서 길면 12시간 정도 해요. 그리고 집으로 가는데, 가다가 맥주를 마시러 가기도 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작업실의 환경은 어때요?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는 게 제일 좋아요. 처음에는 거의 반 야외에서 시작했었어요. 사실 그때는 작업량이 많지도 않았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아니었죠. 근데 도자기를 직업적으로 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더라고요. 하루에 8시간, 10시간씩. 급할 때는 밤을 새워서 만들어야 하는데 반 야외 작업실에서는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18평 정도 되는 작업실에서 일하는데 대만족입니다. 밖으로 나가면 풍경도 너무 좋고, 조용히 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읍내에 있었으면 많이 불편했을 것 같아요. 반쯤 고립된 환경이 너무 좋아요. 현재 작업 방식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저는 백자에 채색하는 작업을 주로 해요. 처음에는 분청에 힘을 좀 많이 줬었는데, 백자에 채색을 하는 게 제 이미지랑 잘 맞는 것 같아서 비중을 늘리고 있어요. 약간 아방가르드한 느낌, 자유분방하고 키치한 느낌이 묘하게 괜찮다고 느껴져요. 그래도 초반에 분청 작업을 하면서 기본기를 많이 닦았어요. 최근에는 16각 다관을 만들기도 했는데, 분청을 통해서 기본기를 잘 닦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런 작업까지 할 수 있는 시기가 왔구나 생각했어요. 무무요 선생님이나 효석요, 청학도방 선생님들이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저도 덩달아 쉽게 시도해 보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면서 요즘에는 약간 신이 난 상태인데, 또 이런 상태를 경계하고 있기도 해요. 방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나요?끊임없이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노력해요. 해오던 것을 고수하지 않고 변화하려고 고민과 생각을 반복해요. 이런 고민이 사라지는 순간 그러니까, 매너리즘에 빠지는 순간 도자기를 그냥 접어야 될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상업적인 도자기와 예술적인 도자기 사이에서 둘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도자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실용성이요. 제가 생각하는 도자기의 예술적인 가치는 쓰임받을 때 있는 것 같아요. 미적 요소가 사용성을 해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밸런스에 집착을 해요. 도자기의 형태가 위태로워 보이거나, 쓰다가 부서질 것 같은 느낌. 그런 걸 못 참겠어요. 결과적으로, 도자기는 미적인 밸런스도 중요하지만 쓰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전요만의 특징이 있나요?사실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도자기가 워낙 많아요. 굳이 고르자면, 노전요만의 브랜딩 요소나 컨셉? 제 스승인 효석 선생님은 도자계에서 틀을 부순 사람이에요. 저는 그런 효석요의 아류작이고요. 막 효석요를 완벽하게 카피한다 이런 건 아니고요. 효석 아류작으로 열심히 수련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노전요’가 될 거예요. 노전요 그 자체가 되어야죠. 벌써 한 시간 넘게 이야기했네요. 도자기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게요.TRUST MEAL은 기본적으로 믿음직한 먹거리를 다뤄요!작가님은 좋은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저에게 좋은 음식은 맛있는 음식, 기분 좋은 음식이에요. 건강이랑 크게 관계없이요. TRUST MEAL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면 좋을까요?이런 인터뷰나 매거진이 중심이 되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개체로 해서 다양한 상품까지 도달되기를 바라요. 그게 사람들에게 잘 통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계획하시는 그대로 잘 됐으면 좋겠어요! 감사해요. 저는 사실 TRUST MEAL을 조금 무미건조한 브랜드로 만들고 싶어요.너무 자극적인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담백한 이야기로 성장하고 싶어요.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볼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저는 뭔가를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감정적인 변화를 주는 사람이요.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마냥 가벼운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밤낮으로 고민합니다. 마냥 게으르지만은 않아요.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그리고 도자기는 써야 합니다. 도자기를 사서 모셔다 둘 거면 사지 마세요! 게을러서 죄송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부지런한 노전요. 이러한 모순적인 이야기 속에서 그가 얼마나 도자기에 대한 고민이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정답은 없고 모든 일의 원인은 복잡다단하다. 더 나은 방식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결과로 무언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도예가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글/사진:송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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